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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운영자
Post Date 13-12-2002 (Fri)
ㆍviews: 3547  
육년이나 지난 그 일 (퍼온글)
Posted: 13-12-2002 (Fri) By: 운영자 (Views:3547)

"나는 늘 짝사랑만 하는가봐."

엄마에게서 단 한 번도 답장을 받아 본 일이 없는 나는 늘 이렇게 볼멘소리를 해가며
엄마에게 편지를 썼다.

그러던 어느 날 낯익은 이름이 적힌 편지 한 통을 받았다. 놀랍게도 엄마였다. 쿵쾅쿵쾅
떨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고 조심스럽게 봉투를 열었다. 내용을 죽 읽어 내리는 동안
어느새 눈앞이 눈물로 흐려졌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언니와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우리집 형편이 몹시
어려웠다. 언니는 부모님을 이해하고 쉽게 대학을 포기했지만 고집이 센 나는 고3이
되면서 엄마의 눈에서 눈물이 나오게 만들면서까지 대학 진학반을 선택했다.

하지만 노력이 부족해 결국 대학에 실패하고 공장에 다니게 되었다. 처음엔 차로 일곱
시간이나 달려야 집에 닿을 수 있는 그 먼 곳의 쓸쓸한 자취방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새벽 근무 시간에는 자꾸만 떠오르는 가족들 생각에 지그시 입술을 깨물어야
했다. 외롭고, 힘들고, 슬퍼서 그렇게 늘 눈물을 달고 지냈다.

어느 날 야근을 하고 피곤한 몸을 쉬고 있는데 주인집 아주머니가 전화를 받으라고
하셨다. 엄마의 전화였다.

"여보세요."

멀리서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 나는 "엄마!" 하고 부르고는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북받치는 울음을 참느라 숨을 쉬지 못한 것이다. 내 이름을 몇 번 부르던 엄마도 결국 내가
아무 말도 안 하자 상황을 짐작하셨는지 조용히 수화기를 내려 놓으셨다.

'딸깍.' 전화가 끊어지는 소리를 듣고 나는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며 내 방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엄마는 그때를 너무도 가슴 아프게 기억하고 계셨다. 그제야 나는 엄마에게 아주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을 알았다. 그때 나는 그렇게 힘들지만은 않았는데, 공장생활이 차츰
익숙해지고 그 안에서 나를 위해 주는 따뜻한 사람도 많이 만났는데…. 그 동안 나에게
일어난 좋은 일은 엄마에게 한 번도 말씀 드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육 년이나 지난 그 일을 가슴에 담아두신 엄마는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목놓아
울어야 속이 풀린다며 미안하다고 편지에 쓰셨다. 그리고 이제 그만 그 힘들었던 세월들을
잊어버리라고 하셨다. 나는 이미 다 잊었는데 말이다. 엄마의 마음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사랑하는 나의 딸 현정아! 항상 너의 편지를 받기만 하다가 왠지 오늘 새벽은 너에게
편지를 쓰고 싶구나"로 시작하는 엄마의 편지를 나는 출근도 잊은 채 읽고 또 읽었다.

정말로 가슴 저리게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사랑한다'는 말을 쉽게, 자주 할 수 없는 것이
아닌지,… 바로 내 엄마처럼 말이다.


권현정 님 / 강원도 동해시 천곡동  

http://estudent.new21.org/ 에서 가져왔습니다.
사이트 일부  개편을 하면서 그냥 없애기는 아쉬운 내용의 글이라 올려봤습니다.(운영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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